[한상라운지] “정권 바뀐 인도네시아, 반년은 탐색하며 투자를”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입력 : 2024.11.22 17:35:00 I 수정 : 2024.11.22 23:47:27
한상라운지
이강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대기업 주재원으로 현지 정착
삼성전자·현대차서 임원 역임
이슬람 개종·인니여성과 결혼
“고향 전주서 한상대회 뿌듯”


이강현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이충우 기자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전형적인 군부 출신입니다. ‘굿바이 조코위’ 시대가 왔대도 최소 반년은 숨을 죽이면서 사업의 기회를 엿봐야지요.”

지난달 24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열린 한상들의 최대 축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한상대회)에서 만난 이강현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58)은 최근 정권이 바뀐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국내 기업에 이같이 조언했다. 이 회장은 “특히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부 장관을 또 한 번 유임(3번째 임기) 시킨 건 지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승계하겠다는 의미”라면서도 “15명의 장관을 다시 기용했지만,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튈지 몰라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매직맨’으로 통한다. 통상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려면 수년이 걸린다는 인도네시아에서 20년 넘게 머무는 동안 정부를 상대로 수십 건의 규제 풀었기 때문이다. 그는 1993년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주재원으로 현지에 정착해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법인 부사장을 거쳐 현대차 아태권역본부 부권역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현대차 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30대에 인도네시아 전자협회 부회장을 거쳐 이후 회장까지 맡았다. 이런 경력을 기반으로 지난 2022년 6월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에 올랐다.

이강현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이충우 기자
이 회장의 ‘인니 사랑’이 시작된 건 1986년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에 진학하면서부터다. 그는 “대입지원서 3지망을 비워두기가 뭐해 써준 곳에서 유일하게 합격 통보를 받았다”며 “대학시절 우연한 기회에 한국을 알고 싶다는 인도네시아인과의 펜팔을 통해 그네들의 따스함과 순수함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펜팔을 통해 현지 친구를 사귀는 데 대학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1991년 삼성전자 입사 후에도 그의 마음은 늘 인도네시아를 향했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 역대 최연소로 인도네시아 주재원 자리를 입사 18개월 만에 얻은 과정은 더 놀랍다. 입사 후 첫 휴가를 내고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생산법인로 출근하는 기행을 보였고, 1992년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에서 마른 체구로 천하장사에 등극하더니, 이를 계기로 한 사보 인터뷰에서 ‘내가 왜 인도네시아에 가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인사팀장을 찾아가 6개월 안에 주재원을 보내주지 않을 시 퇴사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그의 바람은 이뤄져 이 회장은 2020년 현대차 이직 전까지 삼성전자 근무 28년 동안 21년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다.

故 바하루딘 유숩 하비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과 이강현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출처 = 본인 제공]
인도네시아 주재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생활 전반까지도 인도네시아에 맞췄다. 양아들을 두는 인도네시아 관습에 따라 국립은행장이던 친구의 아버지가 이 회장을 양자(養子)로 삼았고, 이 회장은 양부모의 영향으로 무슬림으로 종교도 바꿨다. 1996년엔 양부모의 소개로 만난 인도네시아 고위 관료의 딸과 결혼했다. 국영 항공사 스튜어디스였던 부인은 결혼 후 현지 대학 한국어과에 입학했다. 부인은 인도네시아 국립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만큼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게 됐다. 덕분에 이 회장의 아들 셋 모두는 한국어, 인도네시아어, 영어를 구사한다.

그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TV의 공익광고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현지에선 그의 사인을 받아 가는 사람도 종종 있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영주권자인 그에게 정계 입문을 권유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한국인으로서의 품격과 자부심을 품는다. 고향 전북 전주를 생각하면 여전히 아련하다. 그는 전주해성고를 졸업할 때까지 전주에서 태어나고 전주에서 자란 토박이다. 지난 22~24일까지 열린 한상대회에 버선발로 한국으로 날아간 것도 고향에서 자신과 같은 한상들을 맞는 축제가 열린다는 점 때문이다. “여전히 내 뿌리는 이곳 전주지요.” 한상대회에서 만난 그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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