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의늪 휴림그룹②] 본업은 뒷전…계열사 활용 대대적 머니게임만

입력 : 2024.10.18 13:15:00
제목 : [적자의늪 휴림그룹②] 본업은 뒷전…계열사 활용 대대적 머니게임만
파라텍·엣지파운드리, 내달 970억 자금조달 예정..투자대상 '미정'
대주주·계열사·투자사, 줄줄이 실체 의심되는 법인
휴림로봇, 이큐셀 인수 명목 조달한 597억 어디로?



휴림로봇 CI

[인포스탁데일리=김문영 기자] 휴림그룹이 투자 대상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투자를 한다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영업 활동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어, 본업 살리 기보다 머니게임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휴림로봇, 파라텍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사업 부진 등으로 하염없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룹 관련 상당수 법인들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퍼컴퍼니 대상 '깜깜이 자금조달'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림로봇의 계열사 엣지파운드리와 파라텍은 다음달 1일과 26일에 각각 300억원과 6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CB(전환사채) 발행을 예정하고 있다. 총 10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자금 조달이고 대체로 타법인 지분 취득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회사 측은 신규 사업 관련 투자 대상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힌 상태다.

우선, 엣지파운드리는 지난달 에이아이코어비즈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타법인증권취득 목적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더불어 같은 날 릴라이언스조합 대상의 150억 CB발행 정정공시 또한 이뤄져, 휴림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또 다시 한 겹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아이코어비즈는 올해 2월 신설된 법인으로, 지난 3월 엣지파운드리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법인은 재무상황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공시되지 않아 납입능력과 자금출처에 대한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에이아이코어비즈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서초동 주소지에 방문한 결과, 현장엔 공유오피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공유오피스 대표는 “에이아이코어비즈는 이 곳에 상주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에이아이코어비즈는 액면가와 발행주식 규모가 공개돼 있지 않아, 무액면 주식 발행을 통해 사실상 무자본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된다.


에이아이코어비즈가 등록된 주소엔 공유오피스만이 자리하고 있다.(사진=인포스탁데일리)

에이아이코어비즈의 최대주주사는 100% 지분을 쥔 라임트리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라임트리')다. 라임트리는 휴림로봇 종속기업인 휴림에이텍이 99%가량의 절대적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다. 즉 휴림로봇-휴림에이텍-라임트리-에이아이코어비즈-엣지파운드리로 이어지는 5층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휴림로봇 계열사인 파라텍은 지난달 타법인증권취득 등의 목적으로 총 670억원의 유상증자와 CB 발행 계획을 정정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파라텍 역시 신규자금에 대한 투자 대상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힌 상태다. 파라텍은 휴림로봇 종속기업 중 올 상반기 가장 큰 순손실을 낸 휴림인프라투자조합(이하 '휴림인프라')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고, 휴림인프라는 휴림로봇이 62.75%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업의 적자와 외부 투자로 인한 손실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또 다시 타법인 투자를 명목으로 묻지마식 자금 동원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어발식 확장 결과 '줄줄이 적자'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휴림로봇도 대규모 자금 조달과 관련해 이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휴림로봇은 지난 7월 이큐셀 인수를 이유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해 597억원을 확보했지만, 현재는 이큐셀 인수를 취소하고 자금만 남아있는 상태다.

휴림로봇은 이 자금 또한 타법인을 인수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현재까지 투자 대상은 정해져 있지 않다. 휴림로봇은 이큐셀 투자 철회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휴림로봇은 상반기보고서 상 회사경조조합을 제외하고 관계기업 8개사에 종속기업 7개사로 총 15곳의 관계·종속사를 두고 있다. 이 중 3개사는 완전자본잠식에 상태에 있고 4개사는 상반기 말 기준 손상차손을 기록 중이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복구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휴림로봇의 주력 사업은 제조업용로봇 제조와 판매다. 이 제품군의 상반기 매출은 61억여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주력 제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쪼그라드는 양상이다. 2022년 240억원이던 제품군 매출은 지난해에 173억원으로 28%가량 줄었고,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0% 감소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본업의 급격한 위축과 관계·종속사의 연이은 재무 악화에도 불구하고 신규 관계·종속사는 쉴새없이 늘려가는 모습이다.

휴림로봇은 올 상반기에 들어서도 라오라오골프앤리조트 사모투자합자회사와 라오라오골프앤리조트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 그리고 리더스항공 등 3개사를 관계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이들은 각각 투자업과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휴림로봇의 본업 부문과 공통분모가 크지 않다.

휴림로봇의 관계기업과 종속기업 각각의 실적을 살펴봐도 신통치 않은 성적표다. 라임트리를 비롯해 ▲에이치엘파트너즈 ▲휴림에이엠씨 ▲휴림인프라 ▲휴림케이에스디 ▲휴림네트웍스 등이 반기보고서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중 휴림인프라의 상반기 순손실이 59억원으로 가장 높고, 코스닥 상장사 휴림네트웍스가 55억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둘의 합산 금액만 114억원에 이르며, 이는 상반기 휴림로봇의 별도 기준 매출액보다도 70% 이상 높은 수치다.

15곳 중 그나마 건실한 회사로 평가받는 휴림에이텍은 상반기 순이익 21억원을 기록했지만 170억원을 라임트리로 내리며 현금 증감에서 89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사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대에 따른 머니게임에 밀려, 회사의 성과가 본업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실체 불투명한 법인들

휴림로봇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법인의 정체도 불투명하다. 휴림로봇의 최대주주는 휴림홀딩스이고, 휴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제이앤리더스다. 제이앤리더스의 최대주주는 김지영씨인데, 김진우 휴림로봇 회장과 친족관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제이앤리더스와 휴림홀딩스가 등재된 같은 건물 주소지에서 두 법인의 사무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최상위 법인들이 하나같이 실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제이앤리더스와 휴림홀딩스가 등록된 주소 해당층에 두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사진=인포스탁데일리)

더불어 같은 건물에 함께 등재돼 있는 휴림케이에스디 역시 실체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현장에 있던 계열사 직원에게 휴림케이에스디의 소재지와 사업 영위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휴림로봇을 중심으로 휴립그룹의 구조를 나타내면 김지영-제이앤리더스-휴림홀딩스-휴림로봇으로 내려오면서, 휴림로봇 아래로 휴림네트웍스와 휴림에이텍, 휴림인프라 세 곳을 거점으로 많은 기업들이 수직으로 뻗어있는 구조로 정리된다.

휴림로봇을 중심으로 한 휴림그룹의 계열사 확대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업이 급격하게 말라가고 자회사들 또한 재무상태가 건실하지 못한 곳이 많은데도, 지속적으로 타법인 인수와 자금융통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건전하지 못한 행태"라며 “투자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관계·종속사의 자본잠식과 손상차손, 문어발식 계열사 확대, 다수의 페이퍼컴퍼니 운영 등에 관해 회사 관계자에게 질의했지만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휴림케이에스디의 주소지 해당층에도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사진=인포스탁데일리)

김문영 기자 deepwatc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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